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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2

만년필 5자루 후기 및 도구의 본질

한동안 문과 8대 자격증 중 하나의 고시 공부를 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루에 수십 페이지씩 논술형 답안지를 빽빽하게 채워내야 하는 일과 속에서, 내 손가락의 관절을 보호하고자 만년필을 접하게 됐다. 그렇게 전투용으로 쓰기 위해 영입했던 펠리칸 M200과 M205를 시작으로, 내 책상 위에는 만년필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사실 내 컬렉션에는 명확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고시생에게 잉크가 끊기는 것은 전장에서 탄약이 떨어지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내가 선택한 다섯 자루의 펜들은 잉크를 보다 많이 담을 수 있는 일체형 빌트인(Built-in)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펠리칸 시리즈와 라미 2000은 배럴 자체를 잉크 탱크로 쓰는 '피스톤 필러(Piston Filler)' 방식을, 파카 51은 내부에 고정된..

통찰 2026.06.04

백룸(The Backrooms): 인간의 불안이 지은 무한한 미로

며칠 전 영화 을 보고 왔다. 평소 귀신이나 미신을 믿지 않는 내게 이 영화는 그리 무섭지 않았다. 아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공포감이 결여되어 있었다. 원래 나는 신의 존재나 영적 존재, 혹은 사후세계 같은 초자연적인 것들을 믿지 않는다. 남들이 공포 영화를 보며 가짜 허상에 감정을 이입할 때, 나는 스크린 너머의 연출을 먼저 본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장면에 생물학적으로 깜짝 놀라기는 해도, '음향 타이밍을 잘 썼네', '배우의 호러 연기가 훌륭하다' 같은 냉정하고 객관적인 감상으로 전환된다. 가짜라는 것을 뇌가 인지하는 순간 공포는 지속되지 않는다. 특히 이번 영화 백룸은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라기보다는, 내 캐릭터가 죽어도 다른 캐릭터로 플레이가 이어지는 공포 게임 시뮬레이션을 관람하는 기분이었..

통찰 202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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