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문과 8대 자격증 중 하나의 고시 공부를 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루에 수십 페이지씩 논술형 답안지를 빽빽하게 채워내야 하는 일과 속에서, 내 손가락의 관절을 보호하고자 만년필을 접하게 됐다. 그렇게 전투용으로 쓰기 위해 영입했던 펠리칸 M200과 M205를 시작으로, 내 책상 위에는 만년필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사실 내 컬렉션에는 명확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고시생에게 잉크가 끊기는 것은 전장에서 탄약이 떨어지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내가 선택한 다섯 자루의 펜들은 잉크를 보다 많이 담을 수 있는 일체형 빌트인(Built-in)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펠리칸 시리즈와 라미 2000은 배럴 자체를 잉크 탱크로 쓰는 '피스톤 필러(Piston Filler)' 방식을, 파카 51은 내부에 고정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