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

6·3 지선: 예상된 패배와 최적화된 승리

hyunmook 2026. 6. 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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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5.19.에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서 쓴 글이 있다.https://hyunmook.co.kr/61

 

선거가 끝났다 12 대 4. 개표가 완료된 오늘 새벽, 대한민국 정치판의 진짜 설계자들은 각자의 방에서 소리 없이 웃고 있을 것이다. 지난 5월 19일, 나는 이 무대 위의 눈속임을 간파하며 양당 플레이어들이 설계하고 있는 두 개의 '태업 방정식'을 이야기 한 적 있다. 이들에게 압승은 통제 불가능한 리스크일 뿐이며,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철저한 계산이 작동하고 있다고. 그리고 오늘 확정된 최종 성적표는, 소름 돋을 정도로 그 잔혹한 시나리오의 완벽한 이행을 보여준다. 결국 내 예측을 고스란히 증명해 낸 기괴한 연극이었다.
 

1. 야당(국민의힘)의 결말: '엔츄파도스'의 안락한 2등 방정식

내가 지난 글에서 보수당의 탈을 쓴 채 대구·경북과 강남이라는 콘크리트 텃밭에 플러그를 꽂고 기생하는 집단, 즉 한국판 ‘엔츄파도스(Enchufados)’의 계산법을 지적했을 때, 선거를 앞둔 과도한 냉소라고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장동혁이 선거 두 달 전 ‘금요비대위’에 나와 좌파적 규제주의를 자진 수입하며 무기를 버렸던 진짜 이유가 어제 개표 방송을 통해 완벽히 증명됐다.
 
그들에게 전체 선거의 승리는 애초에 안중에도 없었다. 외연을 확장하고 비전을 내놓는 피곤한 리스크를 감수하느니, 차라리 '안락한 2등 밥그릇'을 지키는 편이 내부 지분을 방어하는 데 훨씬 이롭기 때문이다. 선거 과정에서 이진숙을 대구시장직에서 컷오프하고 국회 재보궐로 돌릴 때 쏟아진 당내 비난은, 대구를 완벽하게 싹쓸이하고 이진숙을 원내로 진입시키는 결과론적 성공을 통해 '정교한 전략적 승부수'로 둔갑했다. 전체 판세는 참패처럼 보이지만, 야당 주류는 지금 기분이 찢어질 수밖에 없다. 대구(추경호)와 서울(오세훈)이라는 가장 기름진 핵심 거점을 완벽하게 수성해 내며 자신들의 영토를 사수했기 때문이다. 내가 예고했던, 나라야 고사하든 말든 기득권만 보존하면 그만이라는 냉소적 계산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순간이다.
 

2. 이재명의 결말: 내부 '지분 청구서'를 원천 차단한 정밀한 체중 감량

반면, 여권의 핵심인 이재명 대통령이 짜놓은 대권 타임라인 역시 내가 칼럼에서 분석했던 ‘순도 100%의 패권 최적화’ 시나리오 그대로 도장을 찍었다. 대중은 여당이 서울까지 집어삼키는 압도적인 천하통일을 바랐을 거라 믿겠지만, 권력의 생리는 그렇지 않다. 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통제 불가능한 대승이 아니라, 미래의 라이벌들이 들고 올 '지분 청구서'를 차단하는 정밀한 체중 감량이었다.
 
어제 확정된 결과는 내 예측이 얼마나 정확했는지 보여준다. 만약 김부겸이 대구라는 사지(死地)에서 신승을 거두고 살아 돌아왔다면, 야권 내 일극 체제는 그날로 균열이 갔을 것이다. 영남 심장부를 뚫어낸 전국구 잠룡의 부활은 당내 비주류를 결집시킬 가장 위험한 대체재이기 때문이다. 결국 추경호의 대구 수성은 이 대통령에게 가장 위협적인 당내 라이벌의 싹을 잘라준 최고의 청부사 역할을 해준 셈이다.
 
서울시장 역전패 역시 마찬가지다. 정원오는 키워봤자 체급의 한계가 명확해 결국 정청래 체제에 지분을 내어줄 카드에 불과했다고 생각한다. 막판 강남표 개표로 오세훈에게 역전당하며 브레이크가 걸린 것은 이 대통령 입장에서 잘된 리스크 헤징이다. 심지어 초반엔 이기면서 현직자를 앞서나간 대통령의 픽이라는 명분도 쥐어줬다. 여당은 지방 권력의 다수를 장악하는 실리를 챙기되, 독자 세력을 구축한 지자체장이나 비주류 군벌들이 대권 가도에 섣불리 청구서를 들이밀 명분을 거세당한 것이다.
 
내가 5월 18일 속보로 뜬 "기본권 제한" 발언이라는 사상적 폭거를 두고 전통적 지지층의 이견을 공포로 누르기 위한 아군의 체중 감량이라 분석했던 것, 그리고 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켜 놓고 정작 삼성전자 노조 파업에서는 가차 없이 사용자의 손을 들어주며 노조 표를 깎아내던 기이한 행태를 공학적 리스크 헤징이라 지적했던 결말이 바로 이것이다. 선거 이후 들고 올 청구서의 크기를 미리 잘라내고, 권력에 맹종하는 친위대만 남겨 '순도 100%'의 권력을 독점하겠다는 설계는 현실로 고스란히 치환되었다.
 

결론: 경고했던 독과점 매대 속에서 소모되는 국민들의 비극

결국 6·3 지방선거는 국가 발전이라는 무한한 목표를 상실한 채, 양당 카르텔의 추악한 '내쉬 균형'으로 정확히 막을 내렸다. 야당은 무기를 버린 대가로 안락한 기생 영토를 보전받았고, 여당 수장은 아군의 체중을 스스로 줄여가며 단 하나의 강력한 대체재도 허용하지 않는 패권을 완성했다.
 
이 추악한 연극의 결말은 내가 5월 19일에 썼던 글 그대로다. 유일한 피해자는기표소 안에서 한숨을 쉬며 표 인질극을 당하고 있는 불쌍한 국민들뿐이다. 시장의 논리라면 진작에 파산했어야 할 독과점 불량품 두 개가 매대를 장악한 채, 소비자들에게 "우리가 싫어도 저놈들이 잡으면 나라가 망하니 우리를 찍으라"며 공포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상대를 향한 증오에 눈이 멀어, 정작 플레이어들이 정교하게 설계한 패배와 통제의 시나리오 속에서 소모품으로 전락해 버린 국민들의 처지가 참으로 불쌍하고 비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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