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

청년 탈모 치료, 건보 적용,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hyunmook 2026. 6. 16.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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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언론을 장식한 보건복지부 장관의 탈모치료 건보 검토 헤드라인을 보고 많은 이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 생명이 걸린 중증 희귀질환 치료제 급여화가 먼저이지, 미용 성격이 강한 탈모가 왜 우선이냐"는 논리다. 지극히 타당한 지적이다. 하지만 2019년부터 7년간 두타스테리드를 복용해 온 환자이자 경제학을 전공한 나의 시선은 조금 더 본질적인 시장 구조와 정치적 결타를 말하려고 한다.

 

내가 체감한 탈모약 시장의 연대기를 복기해 보면 정부의 이번 개입이 얼마나 뜬금없고 왜곡된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있다.

 

1. 환자가 체감한 탈모약 시장의 변천사

  • 2019년 (아보다트 소비기): 처음 약을 접하던 시기, 오리지널 약물인 아보다트를 복용했다. 당시 약값은 3개월치에 9~11만 원 선이었다. 매달 3만 원이 넘는 고정 지출은 장기 복용자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었고, 시장은 철저히 공급자 중심의 높은 가격 장벽을 유지하고 있었다.
  • 2021~2023년 (제네릭 분출과 가격 하락): 이때부터는 복제약을 알게되었고, 아마 시장에도 제네릭이 더 많아졌던 걸로 기억한다. 제네릭으로 갈아타면서 3개월 약값은 6~8만 원 선으로 내려앉았다.
  • 2024년 (비대면 진료 혁신과 정보 비대칭 해소): 닥터나우를 비롯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시장은 대전환을 맞이했다. 앱만 켜면 볼 수 있는 약국별 가격을 비교할 수 있게 되어 약국과 환자 간의 '정보의 비대칭성'이 완화되었고, 공간적 제약이 사라지자 전국구 무한 경쟁이 시작되었다. 3개월 처방비는 3~5천 원, 약값은 3만 원대로 진입했다.
  • 현재 (한계비용 수준의 완전경쟁 달성): 현재 탈모약은 한 알에 30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서울에서는 어떤 구를 가도 싸게 구하면 90일치 약값이 2만 5천 원에서 2만 7천 원 선이면 된다.

시장의 자생적 혁신과 건전한 경쟁 덕분에, 이제 탈모약은 대한민국 청년이라면 누구나 큰 경제적 부담 없이 쉽고 싸게 구할 수 있는 재화가 되었다. 오히려 디지털 플랫폼과 정보 접근에 용이한 청년 세대가 중장년 세대보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약을 구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2. 이미 해결된 시장에 숟가락을 얹는 정치적 포퓰리즘

시장이 스스로 균형 가격(알당 300원)을 찾아냈는데, 정부가 굳이 세금(건보 재정)을 들여 개입하겠다는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정치적 배경을 지우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현재 여당의 청년층 지지율은 그야말로 박살이 난 상황이다. 이 시점에 던져진 '청년 탈모 건보 적용'은 2030 세대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하다.

 

계산해 보면 이 '생색내기'의 실체는 민망할 정도다. 이미 한 알에 300원인 약을 건보 적용(본인부담 30%)을 통해 깎아준다고 한들, 청년들이 3달 동안 아끼는 돈은 고작 2만원 수준이다. 3달 건보료 지급해줘서 치킨 한 마리 값. 청년 환자가 체감하는 실질적 효용 증가분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

 

3. 합법적 지대추구와 정경유착의 합리적 의심

진짜 심각한 문제는 이 정책의 낙수효과가 청년이 아닌 '공급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점이다.

제약회사와 약사 단체는 건보공단과의 가격 협상 테이블에서 현재의 완전경쟁 가격인 300원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과당 경쟁으로 인한 비정상적 단가라 주장하며 R&D 비용과 마진을 핑계로 기준가를 500원 선이나 그 이상으로 높여 부를 것이 자명하다. 정부 규제를 이용하여 존재하지 않던 200원 이상의 초과이익을 합법적으로 창출해 내는 과정이다.

 

결국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 사라진 틈을 타, 제약사와 약사는 청년에게 150원 정도를을 받고 국가(건보공단)로부터 350원이상을 꼬박꼬박 챙기게 된다. 가만히 놔두면 치열한 치킨게임 속에서 300원에 팔아야 했던 약을, 국가가 대금을 보장해 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보조금까지 받아 가며 폭리를 취하는 구조가 완성된다. 전국의 청년 탈모 인구를 감안하면 이는 매년 수천억 원의 눈먼 나랏돈이 공급자 주머니로 꽂히는 거대한 파이프라인이다.

 

누구를 위한 건보 적용인가

여당은 박살 난 청년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치킨 반 마리 값'의 생색내기용 던져주기 정책을 폈고, 그 이면에서는 제약회사와 약사 단체가 국가 재정을 합법적으로 빨아먹는 거대한 지대추구판이 깔릴것이라고 본다.

 

이미 완전경쟁이 정착된 시장에 굳이 세금을 들이붓는 비효율을 자초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정부 인사나 정치권이 제약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거대한 연결고리(정경유착)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을 던져야 한다. 이 정책은 청년을 위한 복지가 아니라, 정치인과 제약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최악의 자원 왜곡 잔혹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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